“가방 하나 사러 나왔다 물건값이 싸고 품질도 좋아 이것저것 샀습니다. 그래도 백화점의 가방 1개값도 되지 않는 것 같네요.”
지난 주말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서 만난 윤옥자(39·서울 녹번동)씨는 양손 가득 쇼핑한 물건을 들고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다.
윤씨의 쇼핑백에는 온가족이 한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티셔츠 4장(1장에 1000원씩),프라다소재의 커다란 가방(5000원),남편 반바지(5000원)와 여섯살짜리 아들 반바지(3000원),여덟살짜리 딸을 위한 샌들(8000원)과 에트로풍 머리밴드(3000원),집안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는 거실 커튼(5만원)이 들어 있었다.
윤씨는 1만원짜리 외출용 원피스를 사는 것으로 이날 쇼핑을 마쳤다. 지난해 너무 비싸 마련하지 못했던 거실커튼을 싼 값에 샀다며 함박 웃는 윤씨가 이날 쓴 돈은 모두 8만8000원.
서울지하철 3·7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과 전국 각지역으로 출발하는 고속버스터미널이 연결돼 있는 강남지하도상가는 600여 상가가 밀집돼 있는 국내 최대규모의 자하상가다. 의류와 신발,액세서리,화장품,공예품,수예품,꽃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몸치장을 위한 모든 것과 집 안을 꾸밀 수 있는 인테리어용품들이 있어 그야말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곳이다.
2만8800여평에 이르는 이곳 상가는 1,2,3구역으로 크게 나뉘어져 있다. 반포주공아파트쪽에서 시작해 센트럴시티 출구 직전까지 이어지는 1구역은 땡 처리된 물건을 주로 취급해 값싼 물건들이 많은 곳이다.
15년째 1구역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불티나(다 1-18) 김순금씨는 “최첨단 유행패션을 취급하고 있어 특이한 옷을 찾는 이들이 주로 찾는다”며 10년 이상된 단골손님들도 많다고 자랑한다. 이 가게에선 청원단에 레이스를 덧대 멋을 낸 청스커트도 6000원이면 살 수 있다.
티셔츠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1장에 1000∼3000원에 팔고 있는 잠수교마트(다1-26) 윤병선씨는 “잘만 고르면 1000원에 유명메이커 티셔츠도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고속버스 터미널입구까지 계속되는 2구역은 이 지하상가에선 비교적 고가품을 취급하는 가게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수입명품을 그대로 본뜬 제품들과 백화점이나 고급부티크에 납품되는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상점들이 꽤 많아 눈썰미만 있으면 시중보다 훨씬 싼값에 준명품을 고를 수 있다.
2구역 한가운데 자리한 파스텔(가3-16)의 강갑숙씨는 “명품 디자인을 수입원단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기성제품과는 차별화된 상품들만 취급한다”고 소개했다. 이집의 원피스는 20만∼28만원선으로 꽤 비싼 편이지만 강씨는 “시중가는 60만∼70만원선으로 이에 비하면 60∼70%쯤 싼 값”이라고 설명했다.
2구역에도 고가의 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내셔널브랜드의 1∼3년 재고상품을 싸게 파는 가게들이 여럿 있다. 브랜드 재고상품전문 취급점들은 바로 옆에 자리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의 마찰을 염려해 상호를 밝히길 꺼릴 만큼 백화점급 상품을 싸게 팔고 있다.
M(나열)에선 24만원짜리 정가가 붙은 마소재 재킷,17만원짜리 마 스커트를 각각 2만원,E(가열)에선 모혼방소재 여름정장재킷과 바지가 각각 5000원 균일가에 판매중이다.
중간중간 있는 구두가게나 속옷가게에선 유명살롱화를 그대로 본뜬 샌들 2만∼3만원,유명메이커의 거들과 올인원도 5000∼1만5000원이면 살 수 있다.
지하철 반포역 방면에 있는 3구역은 꽃도매상가로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커튼,공예품 등 인테리어용품과 식기류 전문점 등이 많이 들어와 있어 인테리어전문상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에서 15년째 장사를 하고 있는 미즈콜렉션(마-27) 이상원씨는 “같은 소재 같은 디자인의 커텐을 물건값이 싸다는 홈쇼핑보다 50∼70%쯤 싸게 살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맞춤도 가능하다. 거실의 여름용 커튼 220×230(㎝)짜리 2짝에 5만∼7만원,방 창문용 로만쉐이드는 2만원이면 마련할 수 있다.
의류상가와 마찬가지로 싼 물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국적이고 독특한 상품들도 많다. 자연한지공예(바3) 서지은씨는 “한지로 만들어 질감이 독특하고 불빛이 은은한 스탠드들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TV드라마에도 소품협찬을 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스탠드는 크기와 디자인에 따라 3만5000∼50만원.
꽃상가는 오랜 명성만큼 품질이 좋고 값도 싸다. 장미 1단에 3000∼5000원,장미 20송이로 예쁘게 만든 꽃바구니 2만원,이시안사스 5단으로 만든 대형 꽃바구니 5만원 등 시중가의 50%선.
사기 목기 칠기 등 그릇류,조개 불가사리 모형 등 여름철 인테리어 소품가게들도 여럿 있다.
1구역 번영회 윤석권 회장은 “값이 싸다보니 교환이나 환불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교환이나 환불여부를 확인하고,안될 경우 흠집이 있는지,치수가 맞는지 꼼꼼히 살펴본 뒤 구입하라”고 조언한다.
그러나 강남지하도상가는 주차장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단점.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반포쇼핑타운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1,2구역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며 셋째 목요일 휴무,3구역은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고 셋째 일요일에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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